로봇이 인간의 삶 속으로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사람 대신 커피를 타 주고, 요리를 들고 테이블 사이를 오가는 로봇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강아지 모양의 4족 보행 로봇이 공장 순찰을 돌기 시작하더니, 42.195㎞ 마라톤 코스를 완주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이젠 사람 모양의 로봇, 휴머노이드(humanoid) 차례다.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인간형 로봇이 머잖아 자동차 공장에 투입될 태세다. 최근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 공상과학(SF) 영화 ‘바이센테니얼맨’(1999)의 가사도우미 로봇 앤드류가 현실로 등장할 판이다.
의외로 어려운 기술, ‘힘 조절’
로봇이 사람의 곁으로 다가오기 위해선 필요한 우선 조건이 있다. ‘안전’이다. 근육질의 산업용 용접 로봇은 무인공장에 갇혀 작업하면 그만이지만, 사람과 함께 생활할 로봇은 어떤 형태든 사람과 물건을 다치게 하지 않아야 한다. 핵심은 ‘힘 조절’에 있다. 사람의 손을 잡을 때, 달걀을 들어 올릴 때, 망치질을 할 때 모두 힘이 달라야 한다. 지금껏 나온 첨단 로봇들은 움직임은 뛰어나지만, 아직 힘 조절엔 초보다. 이게 있어야 로봇은 인간과 제대로 어울릴 수 있다.
2019년 11월 설립된 스타트업 에이딘로보틱스는 로봇이 힘 조절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힘토크 센서’를 만드는 회사다. 로봇산업의 핵심 중간 생태계에 자리한 셈이다. 이제 만 네 살에 불과한 스타트업 중 스타트업이지만, 누적 투자 유치가 200억원에 이른다. 직원 36명에 올 한 해 매출 20억원이 예상된다. 투자금을 까먹으면서 미래만 기약하는 스타트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투자기업 중에는 포스코기술투자와 GS벤처스 같은 대기업 벤처캐피털(CVC)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발굴을 통해 모기업 삼성전자의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하는 삼성넥스트도 포함돼 있다. 삼성은 ‘휴보 아빠’ 오준호 KAIST 교수가 2011년 창업한 코스닥 상장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넥스트의 에이딘로보틱스 투자는 상징성이 크다.
에이딘로보틱스는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내 ‘로보틱스 이노베토리’ 연구실에서 파생된, 이른바 ‘실험실 창업 기업’이다.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최혁렬(62) 교수와 그의 제자 이윤행(37) 박사가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최근 경기도 안양에 자리 잡은 에이딘로보틱스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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